순대의 추모 공간
순대의 소중한 기억이 머무는 VG-02 추모 공간. 사진과 편지를 읽고 촛불과 헌화로 그리운 마음을 전하세요.
순대 · 10살
2016.08.01 — 2026.09.30

아이에게 남긴 편지
순대에게 고등급 다발성 림프종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암 진단이 확정된 후, 남은 삶을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완화적 항암 치료를 시작했고 염증 수치가 개선되는 것을 보며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순대의 작은 몸에 빠르게 퍼진 암세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식 프로토콜을 시작하기 전 투여한 엘아스파라기나제의 항암 효과가 있었지만 극심한 소화기 부작용으로 구토와 설사, 저혈압이 발생해 상태가 빠르게 나빠졌다. 힘없이 웅크린 순대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순대가 입원한 중환자실에서 새벽에 연락이 왔다. 혈압이 급격하게 낮아져 위급한 상황이라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장치를 달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순대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사의 경계에서 의식이 흐린 순간에도 순대는 내가 있다는 걸 인지할 때마다 가까이 오려고 비틀거리며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이 얼마 안 남은 순대를 병원에서 혼자 죽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의사와 퇴원이 가능할지 상의했지만, 모든 라인을 제거하는 순간 얼마 못 가 쇼크로 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형제인 순주와 작별 인사는 할 수 없어도 가족들 품에서 떠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의 배려로 우리만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 남편과 가족들을 불렀다. 순대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오랫동안 꼭 안아주었다. 미약한 의식만 남아있는 순대는 구역질을 하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계속 내 품에 안겨 있으려고 달려들었다. 매일 밤 함께 잠들었을 때처럼 끌어안았다.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얘기했다. 명랑하고 호기심이 많던 고양이 순대는 결국 내 품에 안겨 조용히 편안한 표정으로 숨을 거두었다.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을 하늘에 소나기가 내렸다. 순주는 한동안 집 안의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울었고, 아직도 어딘가에 순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다. 미안함과 후회는 끝도 없지만 작은 고양이가 내게 줬던 사랑과 행복했던 기억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순주가 외롭지 않게 잘 보살필게 언젠가 모두 다 같이 만나자 순대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