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의 추모 공간
벤의 소중한 기억이 머무는 DS-31 추모 공간. 사진과 편지를 읽고 촛불과 헌화로 그리운 마음을 전하세요.
벤 · 9살
2017.01.05 — 2026.10.23
아이에게 남긴 편지
벤아, 네가 우리 집에 온 게 2017년 2월이었지. 내가 고3이 돼서 입시 준비하느라 정말 힘들었던 때였는데, 그때 내가 참 많이 울었잖아. 그럴 때마다 네가 와서 눈물도 핥아주고 위로해 줬던 게 아직도 생각나. 그 이후로도 내가 크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평소엔 애교도 별로 없는 네가 어떻게 그렇게 귀신같이 알아채고 항상 내 옆에 와 있어 줬는지.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한텐 정말 큰 위로였어. 보리한테 그렇게까지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데 늘 먼저 양보하고 뭐든 내어주던 착한 우리 벤. 너는 마지막까지도 가족들 걱정 덜 시키려고 이렇게 빨리 간거야 벤아? 네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집에 갈 때마다 이상하게 내가 가면 마법처럼 다시 힘을 내고 건강한 모습만 보여줬잖아. 그럴 때마다 괜찮아졌나 보다 싶어서 무거웠던 마음을 놓고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마저 너무 고맙고 미안해. 너는 내 10대의 끝과 20대의 모든 순간에 있었는데, 나는 이제야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도 마음껏 사주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는데… 그동안 너는 혼자 그렇게 길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구나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픈 걸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벤아. 자꾸 못 해준 것들만 생각나고,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을 걸 하는 후회만 남아. 눈물도 계속 나는데 이럴 때면 항상 네가 옆에 와서 내 눈물을 핥아줬잖아. 지금도 울고 있으면 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내 옆에 와줄 것만 같아. 벤아, 누나 잊으면 안 돼. 고은이 이름도 까먹지 말고. 다음에 우리가 또 만나면 그때는 네가 제일 좋아하던 터그놀이랑 숨바꼭질도 실컷 하자. 내 10대의 끝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 내 첫 번째 동생이자 마지막 동생, 우리 벤. 누나가 정말 많이 사랑해. 나중에 우리 꼭 다시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