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스 · 그레이의 추모 공간
블레스, 그레이의 소중한 기억이 머무는 CP-29 추모 공간. 사진과 편지를 읽고 촛불과 헌화로 그리운 마음을 전하세요.
블레스 · 16살
2008.05.29 — 2025.01.05
아이에게 남긴 편지
블레스 누나 동생으로 와줘서 고마워. 외롭게 해서 미안했어. 붉은 실에 머리카락을 묶어 보내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데 조금 망설여지더라. 나 말고 더 좋은 가족 만나야 하는데. 나는 고민할 여지도 없이 안 좋은 주인이었으니까.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사람으로 태어나 네가 늘 탐내던 고구마, 계란, 사과 등등... 누나 먹는 사람 음식 마음껏 먹고, 좋아하는 산책 원 없이 하고 좋은 가족 만나 많이 사랑 받으며 외로움, 결핍 없이 행복하길 바라. 만약 우리가 다음 생에 또 가족이 된다면 이번 생과는 비교할 수 없게 많이 사랑해 줄게. 걱정이다. 우리 아기 다른 강아지들 싫어하는데... 그래도 강아지별에선 친구들 많이 사귀어야 해? 누나는 잊어버려도 돼. 이제 누나 그만 기다려.. 때가 되면 누나가 우리 강아지 찾으러 갈게. 눈처럼 하얀 우리 블레스 눈 오는 날 갔네.. 길 헤매지 말고 잘 찾아가야 해. 잘 도착하면 누나 꿈에 한 번만 나와줘. 오래동안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마웠어. 블레스랑 같이 보낸 시간들 너무너무 너무 많이 행복했어. 많이 사랑해 정말 보고 싶을 거야. 정말 많이 많이 오래 오래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천사 같고 축복 같은 내 강아지 블레스야 다시 만나자. 이제 안녕
그레이 · 13살
2011.10.01 — 2025.05.11
아이에게 남긴 편지
그레이야 잘 가고 있어? 어제까지만 해도 내 품에 안겨있던 네가 한 줌의 재가 된 게 아직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 얼마 전 블레스를 보내고 나니 너를 보내는 과정은 그래도 조금 수월할 것 같다 생각했어. 떠나기 직전까지도 꽤나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막상 숨이 멎은 널 보니 억장이 무너지더라. 금방이라도 일어나 머리를 부비고 만져달라고 응석 부릴 것 같은데 네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몇 시간 뒤면 영영 널 볼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 아직 이렇게 따뜻하고 말랑한데, 내가 알던 그레이 그대론데.. 믿고 싶지 않아서 보일러를 틀고 담요로 네 몸을 덮어 식지 않게, 굳지 않게 계속 쓰다듬고 주무르다 불현듯 너의 죽음이 무서워져서 널 두고 방에 들어갔어. 애써 다른 생각을 하고 외면하면서 감정을 억눌렀는데 결국 장례식에서 차고 딱딱한, 마른 네 몸을 만지니까 견딜 수가 없더라. 가지 말라고 못 보낸다고 주저 앉아 울고 싶었어. 그 잠깐동안 너랑 블레스 만난 걸 후회했다?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알았으면 키우지 않았을 거라고. 누나 참 못됐지. 너희가 남기고 간 행복한 기억이 이렇게 무수히도 많은데.. 후회에 사무치는 건 내가 그만큼 너희에게 못 해줘서겠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너희를 사랑했던 시간들 후회하지 않아. 처음 만난 그 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널 데려올 거야. 그레이야 누나 동생으로 와줘서 너무 고마워. 너를 만나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봤어. 너를 안고 눈을 맞추고 있으면 아무 걱정 없이 너무 행복했어. 내가 그런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다음 생이 있다면 꼭 다시 누나 동생으로 와 줘. 더 많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줄게. 귀찮아하지 않을게. 헤매지 말고 조심히 가. 가면 꼭 한 번 누나 꿈에 나와줘. 거기서는 둘 밖에 없으니 블레스형아랑 같이 잘 지내야 해. 안녕. 많이 그리울 거야 사랑해.